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아는 이름이 몇 있습니다. 반 고흐는 그중에서도 첫손에 꼽히죠. 소용돌이치는 밤하늘, 타오르는 노란 해바라기, 붕대를 감은 자화상. 그런데 그 그림들은 정작 그가 살아 있는 동안 거의 팔리지 않았어요. 처음 만나는 사람을 위해 그의 세계를 짧게 안내할게요.
서른일곱 해, 화가로 산 건 10년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1853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1890년 7월, 서른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놀라운 건 그가 화가로 산 기간이에요. 화상 점원, 교사, 전도사를 거쳐 스물일곱이 되어서야 그림을 시작했으니, 붓을 든 시간은 채 10년이 되지 않습니다. 그 10년 동안 그는 약 2,100점을 남겼고, 그중 유화만 860점 안팎이에요. 더 놀라운 건 그 대부분이 마지막 2년에 쏟아졌다는 사실입니다.
노란색을 만난 남프랑스
1888년, 그는 파리를 떠나 남프랑스의 아를로 내려갑니다. 거기서 빛과 색이 폭발해요. 우리가 아는 노란 해바라기 연작이 이 시기에 나옵니다.
그는 고갱과 함께 살며 예술가 공동체를 꿈꿨지만, 두 사람의 동거는 몇 달 만에 파국으로 끝났어요. 이 무렵부터 반 고흐는 발작과 불안에 시달렸고, 스스로 요양을 택합니다. 그의 그림에서 색이 점점 격해지는 것도 이 시기부터예요.
병실 창밖의 밤하늘
1889년 6월, 생레미드프로방스의 요양원에 머물던 그는 병실 동쪽 창밖으로 보이는 해 뜨기 직전의 풍경을 그립니다. 거기에 실제로는 없던 마을을 상상으로 얹었어요. 그렇게 나온 그림이 〈별이 빛나는 밤〉입니다.
밤하늘이 소용돌이치는 이 그림은 본 것을 옮긴 그림이 아니라, 본 것을 어떻게 느꼈는지를 옮긴 그림이에요. 반 고흐가 후기인상주의로 묶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인상주의가 빛을 좇았다면, 그는 그 너머의 감정을 좇았어요.
"생전에 한 점만 팔았다"는 말, 사실일까
자주 인용되는 이 문장은 절반만 맞습니다.
이름이 확인되는 판매는 실제로 한 점이에요. 1890년 브뤼셀의 전시에서 벨기에 화가이자 컬렉터였던 안나 보흐가 〈붉은 포도밭〉을 400프랑에 샀습니다. 공개 판매로 기록에 남은 유일한 사례죠.
다만 그가 판 그림이 정말 그 한 점뿐이었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는 그림을 식료품이나 화구와 바꾸기도 했고, 화상이던 삼촌에게 주문을 받은 기록도 있어요. 그래서 연구자들은 최소한 두 점 이상이 거래됐다고 봅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렇게 되겠네요. 공개 판매로 확인되는 건 한 점이고, 어느 쪽이든 생전에 거의 팔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요.
명성은 죽은 뒤에, 한 사람의 손에서
반 고흐를 평생 지원한 사람은 동생 테오였습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만 수백 통이 남아 있어요. 그런데 테오는 형이 떠난 지 여섯 달 만인 1891년 1월에 세상을 떠납니다.
여기서 덜 알려진 이름 하나가 등장해요. 테오의 아내 요한나 봉어입니다. 그녀는 남편이 남긴 그림 더미와 편지를 물려받아, 전시를 열고 편지를 책으로 펴내며 반 고흐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오늘 우리가 아는 반 고흐는 그의 재능만이 아니라, 이 집념 위에 서 있는 셈이에요.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
가까이 가서 붓질을 보세요. 물감을 두껍게 얹어 올린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 요철이 만드는 그림자까지가 작품이에요. 사진으로는 절대 전해지지 않는 부분이죠.
색을 실제와 견주지 마세요. 그의 하늘은 그렇게 파랗지 않았고 그의 밀밭은 그렇게 노랗지 않았습니다. 색은 대상의 사실이 아니라 그가 느낀 온도예요.
가능하면 편지를 함께 읽어보세요. 그는 자기가 무엇을 하려 했는지를 놀랍도록 또렷하게 적어둔 화가입니다. 그림 앞에서 막막할 때 그의 문장 한 줄이 좋은 안내가 돼요.
미술 사조의 흐름 속에서 그의 자리를 보고 싶다면 미술 사조, 5분 만에 따라잡기를, 현대미술이 왜 점점 어려워지는지 궁금하다면 현대미술이 어려운 이유를 이어서 보면 좋습니다.
팔리지 않은 그림들이 남긴 것
반 고흐의 삶은 성공담이 아닙니다. 그는 인정받지 못한 채 떠났고, 자신의 그림이 어떤 대접을 받게 될지 끝내 알지 못했어요.
그런데 바로 그 팔리지 않은 그림들이 지금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이미지가 됐습니다. 미술의 가치가 당대의 값과 늘 같지는 않다는 것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사례도 드물어요. 작품 가격이 어떻게 매겨지는지 궁금해졌다면 작품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나요로 이어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