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면 볼 만한 전시가 한꺼번에 늘어납니다. 반가운 일이지만, 목록을 펼쳐 놓고 보면 오히려 고르기가 어려워져요. 어디가 제일 좋은지부터 따지게 되니까요.
순서를 정하는 더 쉬운 기준이 있습니다. 문 닫는 날이에요. 전시마다 끝나는 날이 다르니,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부터 채워 넣으면 나머지는 저절로 자리를 찾거든요. 2026년 9월 12일 기준으로 서울과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전시를, 언제 가야 하는지에 따라 묶어봤습니다. 가을에 미술 행사가 몰리는 이유 자체가 궁금하다면 미술의 1년은 왜 가을에 몰릴까를 먼저 보고 오셔도 좋아요.
9월 30일, 고야전이 가장 먼저 끝납니다
가장 급한 건 예술의전당입니다.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의 〈스페인의 거장 고야: 이성이 잠들 때, 괴물이 깨어난다〉가 2026년 9월 30일에 막을 내리거든요. 6월 26일에 시작했으니 이미 석 달을 지났고, 9월의 마지막 날이 이 전시의 마지막 날입니다.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를 국내에서 단독으로 조망하는 첫 전시예요. 궁정화가로 왕실을 그리던 시절에서 출발해, 청력을 잃고 전쟁을 겪은 뒤의 판화를 지나, 말년의 '검은 그림들'에 이르는 한 사람의 궤적을 여섯 구역으로 따라갑니다. 판화 연작 〈카프리초스〉 80점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도 이 전시의 중심이고요.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대형 기획전이 가장 붐비는 때가 바로 종료 1~2주 전이에요. 끝나기 전에 보려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거든요.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니 남은 기간의 평일 오전이 그나마 한산합니다. 인파 속에서 거장전을 도는 요령은 대형 거장전, 어떻게 봐야 할까요?에 따로 정리해 뒀어요. 관람 시간과 예매 방식은 예술의전당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세요.
겨울까지 열려 있는 전시들
9월에 새로 연 전시 상당수는 12월까지 갑니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뜻이에요. 오히려 개막 직후의 붐빔을 피해 10월이나 11월 평일에 가는 편이 낫습니다.
리움미술관에서는 〈구정아: 우스모스〉가 9월 5일부터 12월 27일까지 열립니다. 구정아는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였고, 이번이 30여 년의 작업을 모은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관 개인전이에요. 작품이 M2 전시실 안에만 머물지 않고 로비와 고미술 상설전시실, 심지어 창밖 옹벽 틈까지 흩어져 있어서, 찾아내는 일 자체가 관람의 일부가 됩니다.
용인의 호암미술관에서는 〈2026 아트스펙트럼〉이 9월 1일부터 12월 27일까지 이어집니다. 부제가 조금 길어요. 〈방이있고모든라디오가각기다른주파수를향하고있다〉입니다. 파리의 팔레 드 도쿄와 공동기획했고 10개국 23명(팀)이 참여하는데, 제목이 이미 이 전시의 태도를 말해주죠. 하나의 메시지로 묶기보다 서로 다른 주파수를 그대로 켜 두는 쪽을 택했거든요.
용산의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는 조나스 우드(Jonas Wood, 1977~ )의 아시아 첫 미술관 기획전이 9월 1일부터 2027년 2월 28일까지 열립니다. 회화와 드로잉, 판화, 벽지 작업 80여 점으로 20여 년을 훑는 구성이에요. 선명한 색과 빽빽한 패턴, 납작하게 눌린 원근이 특징이라 현대 회화가 어렵게 느껴지던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관람 안내는 리움·호암미술관과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공식 사이트에 있어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올해의 작가상 2026〉도 12월 6일까지 열려 있습니다. 7월 24일에 시작해 이해민선, 이정우, 전현선, 홍진훤 네 작가의 신작을 함께 보여주는데, 최종 수상자는 10월에 발표돼요. 발표 전에 먼저 보고 각자 마음속으로 점찍어 두는 것이 이 전시의 오래된 재미입니다. 자세한 안내는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사이트에 있고요.
10월에 새로 문을 여는 것
10월에 시작하는 전시도 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의 〈린 허쉬만 리슨〉이 10월 1일에 개막해 2027년 2월 7일까지 예정돼 있어요.
린 허쉬만 리슨(1941~ )은 미국의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입니다. 60여 년 동안 인간과 기술의 관계, 감시,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붙들어 왔고, 이번이 아시아에서 여는 첫 미술관 개인전이에요. 인공지능이 일상어가 된 시기에 그 오래된 질문들을 한자리에서 되짚는 셈이라, 전시장을 나오며 생각거리를 챙겨 오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맞습니다.
다만 이 일정은 '예정'으로 안내돼 있어요. 방문 전에 서울시립미술관 공식 사이트에서 확정 일정을 한 번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서울 밖에서는 비엔날레가 기다립니다
서울을 벗어나면 훨씬 긴 전시가 둘 있습니다.
2026부산비엔날레는 8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65일간 열립니다. 주제는 〈불협하는 합창(Dissident Chorus)〉이고, 부산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영도의 옛 부산남고등학교와 스페이스 원지까지 세 곳으로 나뉘어요.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9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72일간 이어집니다. 예술감독은 호추니엔이고, 주제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릴케의 시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 마지막 구절에서 가져왔어요.
둘 다 11월까지 가니 급하지 않습니다. 개막 직후의 혼잡을 피해 10월 평일에 다녀오는 편이 훨씬 쾌적하죠. 주제와 감독, 전시장 동선 같은 실전 안내는 2026 부산·광주 비엔날레, 뭘 보러 갈까에 자세히 정리해 뒀어요.
날짜로 줄을 세우면 순서가 보입니다
- 9월 안에
- 9월 30일에 끝나는 고야전 하나만 챙기면 됩니다. 월요일은 휴관이고, 종료 직전 주말이 가장 붐빕니다.
- 10월 평일에
- 부산이나 광주 비엔날레 원정. 11월까지 열려 있지만 단풍철 주말을 피하면 훨씬 쾌적해요.
- 10월 이후 서울에서
- 10월 1일 시작하는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넣으세요. 리움과 호암은 12월 27일까지라 언제 가도 괜찮습니다.
- 겨울에 여유롭게
-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조나스 우드는 2027년 2월 28일까지라, 가장 늦게 미뤄도 되는 카드예요.
- 예매와 가격
- 기관마다 다르고 도중에 바뀌기도 합니다. 가기 전에 각 미술관 공식 안내에서 확인하세요.
전시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볼지가 막막하다면 미술관, 어떻게 봐야 하나요?를, 해설을 끼고 보고 싶다면 도슨트, 어떻게 활용하나요?를 먼저 읽어 두면 하루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여기 적은 일정은 2026년 9월 12일 기준입니다. 관람 시간과 휴관일, 예매 방식은 기관마다 다르고 도중에 바뀌기도 하니 가기 전에 각 미술관 공식 안내를 한 번 확인하세요. 가을은 길고, 전부 볼 필요도 없습니다. 2026년 가을에 딱 한 곳만 고른다면 어디일지, 그 한 줄만 정하고 나서도 충분해요.
자주 묻는 질문
2026년 가을 서울에서 꼭 봐야 할 전시는 무엇인가요?
날짜가 급한 것부터 고르면 됩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고야전이 9월 30일에 끝나고, 리움미술관의 구정아 개인전과 호암미술관의 아트스펙트럼은 12월 27일까지 열려 있어요. 먼저 사라지는 순서대로 채우는 편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고야전은 언제까지 하나요?
2026년 9월 30일까지입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6월 26일에 시작했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에요. 국내에서 고야를 단독으로 다루는 첫 전시라 종료가 가까울수록 붐비니, 평일 오전을 노리는 편이 낫습니다.
전시를 보려면 예약이 필요한가요?
기관마다 다릅니다. 지정 시간 예매제로 운영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현장 구매만 받는 곳도 있고, 같은 미술관이라도 전시에 따라 방식이 달라져요. 예매 방식과 관람료, 휴관일은 방문 전에 해당 미술관 공식 안내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서울 밖에도 볼 만한 전시가 있나요?
두 비엔날레가 있어요. 2026부산비엔날레가 8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9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열립니다. 둘 다 11월까지 이어지니 개막 직후의 혼잡을 피해 10월 평일에 다녀오는 편이 쾌적하죠.
가을 전시를 고르는 요령이 있나요?
끝나는 날짜순으로 줄을 세워 보세요. 곧 문을 닫는 전시를 앞에 놓고, 12월이나 이듬해까지 가는 전시는 뒤로 미루면 됩니다. 하루에 한두 곳으로 제한하는 것도 중요해요. 욕심을 내면 무엇을 봤는지 기억나지 않는 채로 돌아오게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