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이 되면 세계 미술시장의 눈이 런던으로 모입니다. 리젠츠 파크에서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마스터스가 열리고, 그다음 주에는 파리 그랑팔레에서 아트바젤 파리가 바통을 이어받거든요. 같은 주 런던과 파리에서는 경매까지 줄줄이 붙으니, 미술 뉴스가 유난히 촘촘해지는 2주예요.

이런 주간이 10월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3월에는 홍콩, 6월에는 바젤, 12월에는 마이애미비치. 세계의 큰 아트페어는 해마다 거의 같은 달, 같은 도시에서 열리고, 갤러리와 컬렉터는 그 달력을 따라 도시를 옮겨 다녀요.

부스를 도는 요령은 아트페어, 처음 가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에 정리해 뒀으니, 여기서는 바다 건너 페어들의 1년을 달력 한 장에 옮겨 볼게요. 2026년의 구체적인 날짜는 글 끝 상자에 모았습니다.

아트페어의 1년, 한 장으로 보기

주요 페어를 열리는 달에 맞춰 놓으면 이런 모양이 됩니다.

세계 아트페어의 1년 주요 페어만 골라 담은 개념도 아트바젤 프리즈 그 밖의 해외 페어 국내 페어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도하 로스앤젤레스 마드리드 마스트리흐트 홍콩 서울 뉴욕 두바이 부산 바젤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서울 서울 런던 파리 대구 아부다비 마이애미비치 여름 휴지기 칸은 2026년 개최 달 기준이에요. 해마다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요
세계의 주요 아트페어를 열리는 달에 맞춰 놓은 개념 도식입니다. 칸이 봄과 가을에 몰리고 한여름 두 달은 비어 있어요. 페어 일정도 미술계 전체의 여름 휴지기를 따라 짜여 있다는 뜻입니다.

계절로 나눠 보면 리듬이 더 또렷해요. 봄에는 마드리드와 마스트리흐트, 홍콩, 뉴욕이 차례로 이어지고, 6월에는 바젤이 여름을 앞둔 큰 무대를 맡습니다. 주요 페어 달력에서 7월과 8월은 비어 있어요. 9월 서울에서 가을이 시작되면 10월에 런던과 파리가 연달아 열리고, 12월 마이애미비치가 한 해를 닫죠. 여름에 쉬고 가을에 몰리는 사정은 미술의 1년은 왜 가을에 몰릴까에서 따로 풀어 뒀습니다.

이 달력은 사람들의 이동 경로이기도 합니다. 큰 갤러리들은 한 해에 여러 도시의 페어에 부스를 내서, 2026년 도하와 뉴욕, 런던의 참가 명단에도 같은 대형 갤러리 이름이 되풀이해 등장해요. 컬렉터와 미술관 관계자도 그 일정을 따라 도시를 옮겨 다니고요.

페어 주간에는 경매도 따라붙습니다. 프리즈 런던이 열리는 주에는 런던의 주요 경매사들이 이브닝 세일을 열어, 해외 미술 매체가 '프리즈 위크 경매'라고 부를 정도예요. 2025년 10월 아트바젤 파리 주간에는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파리에서 여섯 차례 경매를 열었다는 보도도 있었고요. 새 작품이 처음 나오는 페어와 이미 거래된 작품이 다시 나오는 경매가 같은 주에 같은 손님을 맞는 셈입니다. 두 시장의 차이는 한국 미술 시장, 처음 들여다보기에 정리돼 있어요.

봄에는 숫자도 나옵니다. 아트바젤은 UBS와 함께 해마다 봄에 전년도 세계 미술시장 보고서를 내는데, 2026년판이 열 번째였어요. 이런 집계 기사를 읽는 순서는 미술시장 뉴스, 숫자 세 개로 읽는 법에 적어 뒀습니다.

아트바젤, 바젤에서 출발한 다섯 도시

아트바젤은 1970년 스위스 바젤의 갤러리스트 트루들 브루크너, 발츠 힐트,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시작한 페어입니다. 매년 6월 바젤에서 열리는 페어가 그 본거지예요.

무대는 그 뒤로 넓어졌습니다. 2002년 미국 마이애미비치(12월), 2013년 홍콩(3월)에 차례로 페어를 열었어요. 파리(10월)는 2022년 'Paris+ par Art Basel'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 처음 두 해는 그랑팔레 복원 공사 동안 쓰인 임시 전시장 그랑팔레 에페메르에서 열렸습니다. 2024년 복원을 마친 그랑팔레로 옮기면서 이름도 'Art Basel Paris'로 바뀌었고요. 그리고 2026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아트바젤 카타르가 첫 회를 열면서 다섯 번째 도시가 더해졌습니다.

프리즈, 런던에서 서울까지

프리즈는 출발점이 미술잡지입니다. 1991년 미술잡지 'frieze'를 함께 창간한 어맨다 샤프와 매슈 슬로토버가 2003년 런던 리젠츠 파크에서 연 페어가 프리즈 런던이에요. 매년 10월 열리는 동시대 미술 페어죠.

2012년에는 두 페어가 더해졌습니다. 5월의 프리즈 뉴욕, 그리고 프리즈 런던과 같은 기간 같은 공원에서 열리는 프리즈 마스터스예요. 프리즈 마스터스는 고대 유물부터 20세기 미술까지를 다루니, 같은 공원 안에서 수천 년의 미술사와 갓 나온 동시대 작품을 오가며 볼 수 있습니다. 이어 2019년 로스앤젤레스(2월), 2022년 서울(9월)에 프리즈가 섰고요.

그 뒤로도 범위는 넓어졌어요. 프리즈는 2023년 뉴욕의 아모리 쇼와 시카고의 엑스포 시카고를 인수했고(두 페어는 원래 이름을 그대로 씁니다), 2026년에는 오래 이어져 온 '아부다비 아트'를 바탕으로 한 프리즈 아부다비가 더해졌습니다. 2026년 기준으로 아트바젤은 다섯 도시, 프리즈는 여섯 도시에서 페어를 엽니다.

한 줄로 줄이면 아트바젤은 바젤의 갤러리스트들이, 프리즈는 런던의 미술잡지 창간자들이 만든 이름이에요. 둘 다 도시 이름만 바꿔 달며 1년 내내 도는 브랜드가 됐고요.

고미술의 마스트리흐트, 그리고 다른 도시들

모든 페어가 동시대 미술을 파는 건 아닙니다. 네덜란드 남쪽 끝의 도시 마스트리흐트에서 매년 3월 열리는 TEFAF 마스트리흐트는 고대 유물과 올드 마스터 회화, 앤티크, 보석, 20세기 디자인까지, 주최 측 표현으로 '7,000년의 미술사'를 한 전시장에 모읍니다. 주최 단체 TEFAF는 1988년에 세워졌어요. 미술관에 걸릴 법한 옛 거장의 그림이 매물로 나오는 자리라, 동시대 미술 페어와는 결이 사뭇 다르죠.

봄에는 다른 도시들도 바쁩니다. 마드리드의 아르코(ARCOmadrid)는 보통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열리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페어로 꼽히고, 2026년에 45회째를 맞았어요. 아트 두바이는 2007년 시작한 페어로, 봄에 두바이의 마디낫 주메이라에서 열립니다.

2026년은 두 큰 이름이 모두 걸프 지역에 첫 페어를 잡은 해이기도 해요. 2월 도하의 아트바젤 카타르, 11월 아부다비의 프리즈 아부다비입니다. 봄의 두바이에 더해, 늦겨울과 늦가을에도 중동 일정이 들어선 셈이죠.

서울은 9월에 섭니다

이 달력에서 한국은 어디쯤일까요. 봄에는 1979년 시작한 국내 최초의 아트페어 화랑미술제와 부산의 아트부산이 열리고, 2022년부터 2026년까지 9월 첫 주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같은 주에 열렸어요.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는 대구국제아트페어가 열리고요.

세계 달력에 올려 보면 9월 서울의 자리가 보입니다. 여름 휴지기가 끝나고 가을 시즌이 시작되는 때라, 한 달여 뒤 런던과 파리로 이어지는 가을 일정의 앞쪽에 놓여요.

2027년에는 모양이 달라집니다. 코엑스 리뉴얼로 프리즈 서울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옮기고 키아프는 코엑스에 남아, 두 페어가 따로 열리기로 했어요(2026년 8월 발표). 2026년 서울의 두 페어가 어떻게 짜여 있었는지는 프리즈 서울 & 키아프 2026, 처음 가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에, 현장의 숫자는 프리즈·키아프 2026, 빅딜 없이 북적인 첫 사흘에 담아 뒀습니다.

한국 갤러리가 바다 건너 페어에 나가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2026년 프리즈 런던 참가 명단에는 서울의 국제갤러리가 올라 있고, 같은 해 아트바젤 홍콩과 아트바젤 파리의 참가 갤러리 발표에도 한국 갤러리가 포함됐어요.

해외 페어를 처음 대할 때

아트페어는 작품을 파는 자리지만, 입장권만 있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해외 페어도 구조는 국내와 같아요. 첫날이나 처음 하루이틀은 초대받은 컬렉터와 관계자만 들어가는 프리뷰이고, 그 뒤 며칠이 일반 관람일입니다. 다만 런던의 프리즈처럼 입장 날짜와 시간을 정해 온라인으로 미리 표를 파는 곳도 있으니, 공식 사이트에서 입장 방식부터 확인하는 편이 안전해요.

부스에서 가격을 묻는 법도 다르지 않습니다. 말만 바뀔 뿐, 데스크에 가격을 청하는 한 문장이면 돼요. 묻는 요령과 들은 뒤 확인할 것은 갤러리에서 가격 물어봐도 되나요?에 자세히 적혀 있어요.

그리고 하나 더. 해외 페어를 보러 간다면 페어장만큼 그 주의 도시를 챙기세요. 페어 주간에는 도시의 미술관과 갤러리가 굵직한 전시를 맞춰 여는 경우가 많아, 프리즈와 아트바젤도 그 주에 볼 만한 미술관 전시를 따로 묶어 소개할 정도예요. 리젠츠 파크 정원의 '프리즈 스컬프처'처럼 입장권 없이 볼 수 있는 야외 프로그램도 있고요. 수백 개 부스를 하루 만에 도는 것보다 미술관 한 곳에서 오래 머무는 하루가 입문자에게는 더 큰 수확일 수 있습니다.

해외 페어 주간에 가장 많은 것을 보여 주는 곳은, 때로 페어장이 아니라 그 주의 도시입니다.
2026년 일정(2026년 10월 확인 기준)
2월
아트바젤 카타르(도하, 첫 회) 2월 5~7일 · 프리즈 로스앤젤레스 2월 26일~3월 1일
3월
아르코 마드리드 3월 4~8일 · TEFAF 마스트리흐트 3월 14~19일 · 아트바젤 홍콩 3월 27~29일
4~5월
화랑미술제(서울 코엑스) 4월 8~12일 · 프리즈 뉴욕 5월 13~17일 · 아트 두바이 5월 15~17일(형식을 바꾼 20주년 특별판) · 아트부산 5월 21~24일
6월
아트바젤(바젤) 6월 18~21일
9월
프리즈 서울 9월 2~5일 · 키아프 서울 9월 2~6일(두 페어 모두 코엑스)
10월
프리즈 런던 10월 14~18일(172개 갤러리, 14일은 초대 프리뷰) · 프리즈 마스터스 같은 기간(140곳 가까이) · 아트바젤 파리 10월 23~25일(그랑팔레, 21~22일은 프리뷰) · 대구국제아트페어 10월 29일~11월 1일
11~12월
프리즈 아부다비(첫 회) 11월 19~22일 ·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 12월 4~6일(2~3일은 VIP 프리뷰)
무료 프로그램
프리즈 스컬프처(런던 리젠츠 파크 정원) 9월 16일~11월 1일

날짜와 입장 방식은 해마다 바뀌니, 가기 전에는 아트바젤 공식 사이트와 프리즈 공식 사이트, TEFAF 공식 사이트에서 다시 확인하세요.

달력의 칸은 해마다 거의 제자리를 지킵니다. 3월 홍콩, 6월 바젤, 9월 서울, 10월 런던과 파리, 12월 마이애미비치. 이 다섯 칸만 기억해 둬도 미술 뉴스가 언제 몰릴지 미리 보이고, 기사 속 낯선 도시 이름이 한결 가깝게 읽힐 거예요.

자주 묻는 질문

세계에서 가장 큰 아트페어는 어디인가요?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흔히 첫손에 꼽히는 것은 매년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아트바젤입니다. 아트바젤은 홍콩, 파리, 마이애미비치, 카타르 도하에서도 페어를 열고, 런던에서 시작한 프리즈와 함께 세계 아트페어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주 거론됩니다.

아트바젤과 프리즈는 뭐가 다른가요?

출발점이 다릅니다. 아트바젤은 1970년 스위스 바젤의 갤러리스트들이 시작했고, 프리즈는 미술잡지 'frieze'를 만든 사람들이 2003년 런던에서 시작했어요. 2026년 기준 아트바젤은 다섯 도시, 프리즈는 여섯 도시에서 페어를 열고, 프리즈는 런던에서 고대부터 20세기 미술을 다루는 프리즈 마스터스를 함께 엽니다.

해외 아트페어는 일반인도 갈 수 있나요?

네. 첫날이나 처음 하루이틀은 초대받은 사람만 들어가는 프리뷰인 경우가 많지만, 그 뒤 일반 관람일에는 입장권을 산 누구나 들어갈 수 있어요. 입장 날짜와 시간을 정해 온라인으로 미리 표를 파는 페어도 있으니, 가기 전에 공식 사이트에서 입장 방식을 확인하세요.

세계 아트페어는 1년 중 언제 어디서 열리나요?

큰 흐름은 해마다 비슷합니다. 3월 마스트리흐트와 홍콩, 5월 뉴욕, 6월 바젤로 봄과 초여름이 채워지고, 7~8월은 쉬어 갑니다. 9월 서울을 지나 10월에는 런던과 파리, 12월에는 마이애미비치에서 큰 페어가 열려요. 정확한 날짜는 해마다 달라지니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세요.

한국 아트페어는 세계 캘린더에서 어디쯤인가요?

봄에는 화랑미술제와 아트부산이 열리고, 2022년부터 2026년까지 9월 초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같은 주에 열렸어요. 여름 휴지기 뒤 가을 시즌의 앞쪽에 놓인 자리입니다. 2027년에는 프리즈 서울이 DDP로 옮겨 코엑스의 키아프와 따로 열립니다(2026년 8월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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