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7층에 한 사람의 소장품이 걸렸습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김남준)이 10년 가까이 모아 온 작품들이에요. 뉴스 제목에는 그의 이름이 크게 실렸지만, 미술관이 밝힌 한국 작가 명단에는 도상봉, 박래현, 권옥연, 김윤신처럼 낯선 이름이 적지 않습니다.

이 글은 스타의 근황이 아니라 작가를 소개하는 글이에요. 전시에 관해 확인된 사실만 먼저 짚고, 나머지 지면은 그가 고른 한국 근현대 작가 여섯 명에게 내주려 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 걸린 한 사람의 수집

전시 제목은 《RM x SFMOMA: Between You and Me》로, 국내 보도에서는 '너와 나 사이'로 옮겨지기도 했어요. 미술관은 이 전시가 RM의 개인 소장품을 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이고, 미국에서는 이곳에서만 열린다고 밝혔습니다.

전시 한눈에 보기
기간
2026년 10월 3일부터 2027년 2월 7일까지 (현지 기준)
장소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7층
규모
RM 소장품 150점 가까이에 미술관 소장품을 더해 모두 180점 가까이 (미술관 발표 기준). 국내 보도에서는 RM 소장품을 약 140점으로 전하기도 했어요.
기획
RM, 공동 큐레이터 아메리카 카스티요·김효은(SFMOMA)
구성
한국 근현대미술을 중심으로 도자기·서예·회화·조각까지. 미술관은 '5세기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한국 미술'을 함께 보여 준다고 소개

한국 작가를 따로 떼어 두지 않고 세계 여러 작가와 섞어 건 것이 특징이에요. 미술관 소장품 쪽에서는 마크 로스코, 앙리 마티스와 함께 김환기, 백남준의 작품이 나옵니다. 김환기가 처음이라면 김환기, 점으로 돌아간 사람을 먼저 읽고 가도 좋아요. 관람권과 운영 시간은 SFMOMA 전시 안내 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큐레이터로 나선 RM

미술관 보도자료에 따르면 SFMOMA가 그의 컬렉션에 주목해 전시를 제안했고, RM이 기획을 맡아 미술관의 아메리카 카스티요, 김효은 공동 큐레이터와 함께 꾸렸습니다. 그는 한국어와 영어로 전시 글과 작품 설명을 쓰고, 두 언어로 오디오 가이드를 녹음했으며, 전시장에 흐를 음악도 직접 골랐다고 미술관과 국내 언론이 전했어요. 한국 작가로 눈을 돌린 계기를 두고는 미술관의 전시 소개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아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미술계와의 공적인 인연이 이 전시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에요. 2020년 9월 국립현대미술관은 RM이 국립현대미술관문화재단을 통해 미술 도서 보급에 1억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고, 이 기부로 만든 도록 약 4천 권을 전국 공공도서관과 도서·산간 지역 학교도서관 등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때 제작된 작가 도록 일곱 종에는 박래현과 윤형근도 들어 있었죠. 당시 한 일간지는 그가 바쁜 일정에도 "전국 미술관과 갤러리, 아트페어 등을 방문"해 왔다고 전했고, 관람 사진을 SNS에 올린 일도 여러 차례 기사가 됐어요.

다만 이 글의 관심은 수집한 사람보다 수집된 작품 쪽에 있습니다.

그가 고른 여섯 이름

미술관 보도자료가 RM 컬렉션의 한국 근현대 작가로 꼽은 이름은 여섯이에요. 태어난 순서대로 만나 볼게요. 공개된 출품작 이미지에는 유영국의 1982년 작품도 RM 소장품으로 올라 있으니 유영국, 한국 추상미술의 뿌리도 함께 읽어 볼 만합니다.

도상봉(1902~1977), 백자에 꽂은 라일락

함경남도 홍원에서 태어나 1927년 도쿄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고, 섬세하고 온화한 화풍의 정물화로 알려진 서양화가예요. 오래 붙든 소재는 고궁 풍경과 조선 백자였고, 1950년대부터는 백자 항아리에 라일락 같은 꽃을 꽂은 정물을 거듭 그렸습니다. 호 도천(陶泉)의 첫 글자도 질그릇 도(陶) 자예요.

장욱진(1917~1990), 작은 화면 속 까치와 집

충청남도 연기에서 태어난 장욱진은 까치와 나무, 집과 해, 아이와 가족을 작은 화면에 담았습니다. 선으로 윤곽을 다지고 평면적인 색을 입혀 얼핏 동화책 그림처럼 보이기도 해요.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에는 270여 점이 모였습니다. 그의 삶과 그림은 장욱진, 까치와 집을 그린 사람에서 따로 다뤘어요.

박래현(1920~1976), 세 매체를 오간 통역자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태어나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에서 일본화를 공부했고, 1956년 국전에서 시장 풍경을 담은 〈노점〉으로 대통령상을 받았어요. 이후 추상으로 나아갔고, 1969년 미국으로 건너가 판화와 태피스트리로 매체를 넓혔습니다.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탄생 100주년 회고전 《박래현, 삼중통역자》는 그가 스스로를 두고 썼다고 전해지는 말을 제목으로 삼았어요. 해외에서 영어 안내를 한국어로, 다시 입 모양과 손짓으로 옮겨 청각장애가 있던 남편 김기창에게 전했다는 데서 나온 표현입니다. 전시는 김기창의 아내로 먼저 기억되던 그를 세 매체를 오간 작가로 다시 세웠습니다.

권옥연(1923~2011), 회색 화면의 여인과 옛 기물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나 도쿄 데이코쿠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고, 1957년 파리로 건너갔어요. 파리 시절에는 상형문자와 토기, 민속품을 소재로 반추상을 그렸고, 1960년 귀국한 뒤로는 신화와 설화의 이미지가 어린 초현실적인 화면으로 옮겨 갔습니다. 회색 톤의 색채, 여인을 모티프로 삼되 과감히 변형한 형상이 그의 이름 뒤에 따라붙는 특징이에요.

윤형근(1928~2007), 하늘과 땅의 색으로 세운 문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난 윤형근의 그림은 처음 보면 검은 기둥 같은 색면 몇 개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 검정은 파랑과 흙빛 엄버를 섞은 색이에요. 그는 파랑을 하늘, 엄버를 땅의 빛깔로 여겨 이 화면을 '천지문(天地門)'이라 불렀고, 가공하지 않은 면포나 마포에 물감이 스며들게 했습니다. 작품 제목에 자주 붙는 〈청다색〉도 이 두 색을 가리켜요.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그는 네 차례 옥고를 치르고 처형 직전에 목숨을 건지는 일까지 겪은 끝에, 1973년 마흔다섯 살에야 그림에만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스승이자 장인이 김환기였어요. 단색화 흐름 속 그의 자리는 한국 블루칩 작가, 누가 누군지 정리해드립니다와 나란히 읽으면 더 잘 보여요.

김윤신(1935~), 합하고 나누는 나무 조각

1935년 원산에서 태어난 김윤신은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로 불립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자기 작품에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이라는 같은 제목을 붙여 왔는데, 둘을 합해도 하나, 둘을 나눠도 하나라는 뜻이에요. 1980년대 중반 아르헨티나로 건너간 뒤로는 그곳의 나무를 전기톱으로 깎아 내며 작업해 왔고, 2024년에는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로 처음 비엔날레 무대에 섰습니다. SFMOMA가 공개한 RM 소장작도 같은 제목의 2015년 작품이에요.

한 줄로 세운 열한 명

여섯 사람을 아트로지가 먼저 다룬 화가들과 한 줄에 세워 보면 이렇습니다. 가장 먼저 태어난 나혜석부터 1935년생 김윤신까지, 마흔 해 가까운 터울이에요. 나혜석의 이야기는 나혜석, 시대보다 이른 질문에 있습니다.

열한 명의 생몰 연표, 1890~2026 RM 컬렉션의 여섯 작가 (SFMOMA 보도자료 기준) 아트로지 입문 글로 만나는 작가 광복과 전쟁, 1945~53 2026 SFMOMA 전시 나혜석 1896~1948 도상봉 1902~1977 김환기 1913~1974 박수근 1914~1965 이중섭 1916~1956 유영국 1916~2002 장욱진 1917~1990 박래현 1920~1976 권옥연 1923~2011 윤형근 1928~2007 김윤신 1935~ 1900 1925 1950 1975 2000
RM 컬렉션의 여섯 작가와 아트로지에서 다룬 화가 다섯을 생몰 연도로 나란히 놓은 개념 도식이에요. 작품 이미지가 아니라 연도만 옮겼습니다. 1945~1953년의 띠를 기준으로 보면 나혜석을 뺀 열 명이 광복과 한국전쟁을 모두 지나왔어요. 같은 시간을 통과한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길을 냈다는 점이 이 연표의 요점입니다.

RM이 고른 여섯 명만 놓고 봐도 갈래가 넓어요. 백자 정물의 도상봉, 동심 어린 구상의 장욱진, 판화와 태피스트리로 건너간 박래현, 회색의 초현실 화면을 만든 권옥연, 두 색으로 문을 세운 윤형근, 나무를 깎는 김윤신까지. 입문자에게는 이 명단이 한국 근현대미술을 훑는 작은 지도가 됩니다.

국내에서 만나는 법

여섯 작가의 작품은 모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에 들어 있습니다. 다만 소장과 전시는 다른 이야기예요. 소장품은 전시 일정에 따라 걸리고 내려가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검색에서 작가 이름으로 작품을 먼저 찾아본 뒤 전시 일정을 확인하는 편이 확실합니다.

여섯 작가, 국내 공공 소장과 주요 회고전
도상봉
국립현대미술관 소장(〈라일락〉, 1959 등). 2002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탄신 100주년 기념전
장욱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까치〉, 1958 등),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박래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노점〉, 1956 등).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박래현, 삼중통역자》
권옥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꿈〉, 1960 등). 2001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올해의 작가'전
윤형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청다색〉 연작 등).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회고전, 2019년 베네치아 포르투니 미술관 회고전
김윤신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합이합일 분이분일〉, 1987·1988). 2023년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개인전, 2026년 호암미술관 회고전

위의 소장 정보는 2026년 10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검색으로 확인한 내용이에요.

컬렉션이 미술관에 걸린다는 것

해외 미술관이 한국 미술을 다루는 자리는 이 전시 하나가 아니에요.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은 시카고미술관(2026년 3~7월)을 거쳐 2026년 10월 1일부터 2027년 1월 31일까지 런던 영국박물관으로 이어지고, 2025년에는 서도호가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윤형근의 베네치아 회고전(2019)과 김윤신의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2024)도 같은 흐름 위에 놓여요.

SFMOMA 관장 크리스토퍼 베드퍼드는 보도자료에서 이 전시가 미술관에 새로운 목소리를 들이는 동시에, RM을 통해 현대미술과 한국 미술을 접한 관람객을 맞이하는 자리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사람의 수집이 미술관 벽에 오르면, 그를 따라온 관객이 그가 따라간 작가를 만나게 됩니다.

물론 두 컬렉션은 성격이 다릅니다. 이건희 컬렉션, 어디서 볼 수 있나요?에서 다룬 이건희 컬렉션은 기증을 거쳐 공공 소장품이 된 경우이고, RM의 컬렉션은 개인 소장품을 정해진 기간 동안 미술관에서 공개하는 전시예요.

샌프란시스코의 전시는 2027년 2월 7일에 끝나지만, 여섯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국내 미술관에 남아 있습니다. RM은 이 전시가 많은 이들에게 "작지만 단단한 다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어요. 그 다리를 건너는 가장 가까운 길은, 이 이름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덕수궁이나 양주의 전시실에서 다시 마주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RM 컬렉션 전시는 언제까지 하나요?

《RM x SFMOMA: Between You and Me》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7층에서 2026년 10월 3일부터 2027년 2월 7일까지 열려요(현지 기준). 추가 요금이 붙는 특별전이고, 미술관은 미국에서는 이곳에서만 열린다고 밝혔습니다. 관람권과 운영 시간은 SFMOMA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세요.

RM 컬렉션 전시에는 어떤 한국 작가가 나오나요?

미술관 보도자료는 RM 소장품 가운데 한국 근현대 작가로 장욱진, 김윤신, 권옥연, 박래현, 도상봉, 윤형근을 꼽았어요. 미술관 소장품 쪽에서는 김환기와 백남준의 작품이 마크 로스코, 앙리 마티스 같은 해외 작가의 작품과 함께 나옵니다. 도자기와 서예 같은 한국의 옛 미술도 함께 놓였어요.

RM이 전시를 직접 기획했나요?

미술관 발표에 따르면 전시는 RM이 기획하고 SFMOMA의 아메리카 카스티요, 김효은이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했어요. RM은 한국어와 영어로 전시 글과 작품 설명을 쓰고, 두 언어로 오디오 가이드를 녹음했으며, 전시장 음악도 직접 골랐다고 미술관과 국내 언론이 전했습니다.

RM 컬렉션 속 한국 작가들은 국내 어디서 볼 수 있나요?

여섯 작가 모두 국립현대미술관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고, 장욱진은 경기도 양주의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다만 소장품은 전시 일정에 따라 걸리고 내려가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검색에서 작품을 확인한 뒤 전시 일정을 함께 살펴보세요.

RM 컬렉션 전시는 왜 화제가 됐나요?

널리 알려진 K팝 음악가가 자기 소장품으로 미국의 주요 현대미술관 전시를 기획했다는 점, 그리고 그 중심에 한국 근현대미술이 놓였다는 점이 함께 주목받았어요. 미술관은 이 전시를 미국에서 열린 한국 근현대미술 전시 가운데 가장 폭넓은 규모의 전시 중 하나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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